[스페셜1]
[스페셜]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나요 - <이 세상에 없는> 박정범 감독
2016-12-26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이 세상에 없는’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찾겠다고 하면, 그건 가능한 일일까. 박정범 감독의 <이 세상에 없는>(제작 세컨드윈드 필름·배급 미정)은 제목 그대로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찾아가려는 가출 청소년들의 성장 드라마다. 감독 개인의 아픔에서 시작했던 <무산일기>(2010)와 사는 일의 절박함에 대해 온몸으로 말했던 <산다>(2014) 이후, 박정범 감독은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옮기려 한다. 감독은 1년6개월 전부터 가출팸(가출 청소년들끼리 가족을 이루고 사는 공동체.-편집자)을 꾸리고 사는 아이들을 취재했다. “가출 청소년들이 생기는 건 결국 어른들의 세계가 붕괴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아이들이 집을 나오는 것은 아이들이 머물 집이, 아이들에게 애정을 줄 가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오는 결핍을 말해보고 싶다.”

주인공 수진은 고등학교 역도 선수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려면 금메달을 따거나, 돈을 주고 금메달을 사거나 해야 한다. 하지만 수진은 매번 250g을 더 들지 못해 금메달 앞에서 좌절한다. “<산다>의 대사처럼, 수진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닫는다. 세상의 모든 일에 한계를 둬버린다. 마치 운명론자처럼.” 그길로 수진은 서울로 가 가출팸을 꾸린다. 복싱 선수인 원호를 만나고 동생뻘되는 지수와 함께 산다. “<400번의 구타>(1959), <안개 속의 풍경>(1988)처럼 아이가 사회 속에서 파괴되고 회복되어가는 이야기나 구원의 이야기인 <택시 드라이버>(1976)를 생각해봤다. 공통점은 결국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의 영화라는 거였다. 가출팸을 주제로 한 영화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이 세상에 없는>이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다면 그건 아이들이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일 것이다.” 가출팸 주변의 조직적인 깡패들과의 싸움도 등장하겠지만 그런 다툼이 이 영화의 중심이 되지 못하는 이유다. 감독은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답습하다가 파국을 겪고 다시 혼자가 된다. 하지만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라며 어떤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싶은 듯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자신을, 또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알아가게 될까. 영화에서 꽤 의미 있는 사건 중 하나는 원래 래퍼가 꿈이었던 수진과 아이들이 직접 곡을 만들어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에 나간다는 설정일 것이다. 그때 이 아이들이 만든 랩의 제목이 영화의 제목인 <이 세상에 없는>이다. “아이들에게 지금 없는 것, 갖는다는 게 아예 불가능해 보였던 것, 그것이 사랑이다. 그 사랑을 계속 찾고자 한다. 영화로서 이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 없는 것들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일까. 박정범 감독은 “드디어, 내 영화에서도 해피엔딩이!”라며 머쓱히 웃는다.

시나리오는 나왔지만 본격적인 준비는 이제 시작이다. 투자자를 찾아야 하고 전국의 중·고교 역도팀과 연기반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세명의 소년, 소녀 역의 얼굴을 찾아야 한다. 박정범 감독은 “눈빛이 살아 있는 친구들이면 좋겠다. 덩치가 큰 수진과 키도 작고 깡마른 원호가 언밸러스하면서도 완벽한 조화를 이뤘으면 한다. 지수는 <택시 드라이버>의 아이리스 스틴스마(조디 포스터)의 오마주”라며 그림을 그려본다. 박정범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수진과 원호를 적대시하는 깡패 역으로 출연도 할 예정이다.

synopsis

고교 역도 선수 수진은 서울로 가출해 가출팸을 꾸린다. 복싱 선수 원호와 14살짜리 지수와 산다. 수진과 원호는 돈을 벌어 지수의 학원비를 대고 지수가 성인이 될 때까지 돌볼 생각이다. 한편, 가출팸들끼리의, 또 이들 가출팸들을 관리하려 드는 조직들간의 싸움이 계속된다. 하지만 수진과 아이들은 어떻게든 조금씩 자신들의 꿈을 실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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