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임금님의 사건수첩>(제작 영화사 람·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촬영 내내 현장 분위기가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2016년 여름, 촬영 현장을 취재하러 갔을 때도 현장이 유쾌했다.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감독, 배우 할 것 없이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았다. 매일 촬영이 끝나면 촬영 장소 근처 맛집에서 이선균이 주도한 술판이 벌어졌다. 사극이지만 무겁고 엄숙하기보다 웃음이 많은 이야기라 가능한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임금 예종(이선균)과 사관 윤이서(안재홍)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이야기인 까닭에 둘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데, 모니터로 본 둘은 찰떡궁합이었다.
-<코리아>(2012) 다음 작품으로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
=데뷔작 <코리아>를 찍고 난 뒤 다음 작품은 재미를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 작품을 적극적으로 찾았다. 제작사로부터 전달받은 시나리오가 무척 유쾌했다.
-연출을 맡기로 한 뒤 각색하는 과정에서 신경썼던 부분은.
=코미디가 많이 늘어났다. 각색 과정에서 예종과 윤이서, 두 주인공이 신분 차이가 나는 데서 발생하는 유머가 재미있더라. 마음 같아선 힘을 코미디쪽으로 더 주고 싶은데 사극이기 때문에 코미디를 어느 선까지 다룰 수 있을지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배우들이 좀더 자유롭게 놀아도 된다고 많은 힘을 주었다.
-예종은 그간 한국영화가 다루어온 권위적인 왕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탐정처럼 잠행(潛行)을 다니며 사건을 직접 조사하고 해결하는데.
=사람들이 흔히 조선시대 왕 하면 떠올릴 법한 권력자나 위정자와 거리가 먼 인물이다. 왕 같지 않은 왕이랄까. 예종은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것,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나서서 직접 해결하는 왕이다.
-특정 시대가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맞다. 역사상의 예종과 영화 속 예종은 다르다. 시대 배경이 조선일 뿐이다.
-사관 윤이서도 흥미롭다. 왕을 따라다니며 왕의 행적을 기록하는 일이라 왕과 사사건건 부딪힐 수밖에 없는데.
=출중한 능력으로 꼼꼼하게 일하는 사람이지만 인간적으로는 빈틈이 많은 남자다. 성격이 괴팍하고, 이상한 면모도 있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예종과 윤이서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준다.
-두 남자가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버디무비 같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참고했던 영화가 있나.
=영국 드라마 <셜록>이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 <머니볼>(2011) 같은 영화가 시나리오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예종과 윤이서를 누가 맡을지가 중요했을 것 같다. 이선균과 안재홍의 조합에서 어떤 모습을 기대했나.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난 모습을 기대했다. 이 조합이라면 어떤 앙상블을 펼칠까. 내가 궁금한 만큼 다른 사람도 궁금해하지 않을까.
-개봉을 앞두고 어떤가.
=1차 편집을 막 마쳤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심정이다.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실지 벌써부터 긴장이 된다.
synopsis
조선시대, 예종(이선균)은 현명하고 뛰어난 통찰력을 가졌으며 누구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임금이다. 신임 사관 윤이서(안재홍)는 예종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기록한다. 조선을 뒤흔드는 어떤 음모가 벌어지고, 예종과 윤이서는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