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가는 길>은 제목대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 부부가 시골에 맡겨둔 아이를 데리러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아이를 키우지 못하던 부부는 아이와 함께 살 생각에 가슴이 부푼 상태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부모의 장애를 부끄러워하고,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답답해한다. 영화를 연출한 최위안 감독은 쫓아가면 멀어지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끈기 있게 카메라에 담아낸다. 최 감독은 KBS 드라마 촬영감독, MBC 프로덕션 드라마 PD로 여러 편의 드라마를 만들다 영화 <저녁의 게임>(2007)으로 감독 데뷔해 <낭만파 남편의 편지>(2013),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2>(2013) 등을 연출했다. 그는 히든 픽처스가 “관객에게 좋은 영화를 계속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농인 부부가 시골에 맡겨둔 아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오래전 농인 부부가 아이를 키우는 내용의 방송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다. 부부가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갈등과 고충을 그린 이야기였는데, 어린 시절 방송과 비슷한 가정에서 살던 친구가 생각났다. 방송 내용과 개인적인 추억을 모티브 삼아 아들과 엄마, 엄마와 그의 엄마, 3대에 걸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그려보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그 다큐멘터리의 어떤 점이 영화로 만들 만큼 인상적이었나.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더라도 부모와 자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고, 본능적으로 맺어진 관계에서 나온 보편적인 정서가 마음에 와닿았다.
-농인 부모를 둔 친구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남아 있나.
=어린 시절 엄마가 장애를 겪는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 당하고 놀림 받았다. 아이들 세계에선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되돌아보면 친구가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그때 인상적이었던 건 엄마를 무시하고 거부한 친구의 행동이었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이 예민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고, 이런 내용을 영화로 충분히 다뤄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실제 농인 부부도 취재했나.
=세 가족을 몇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장애인들은 신경이 예민해 잘못 대하거나 이야기를 왜곡하면 오히려 이들에게 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취재 과정에서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했다.
-보현과 성락, 부부를 연기한 김은주와 서성광은 수화로만 대화를 하던데.
=<미녀와 야수> 커플을 떠올리며 두 배우를 캐스팅했다. 아내인 보현은 날카롭고 예민한 성격의 여성이고, 남편 성락은 아내의 불평불만을 다 받아주고, 때로는 무데뽀 같은 면모도 있는 남자다. 두 배우에게 감사한 게 촬영 전 3개월 동안 수화를 배워야 했다. 두 배우의 노력 덕에 한달 반 만에 대사를 수화로 표현할 수 있었다. 서대문농아인복지관측이 촬영현장에 상주해 두 배우의 수화를 자문해주었다.
-아이가 부모에게 돌아가지 않으려는 것은 단지 부모가 가진 장애가 부끄러워서인가.
=그렇다. 아이는 자신의 부모가 장애인이라는 현실이 싫지만 부모에 대한 애틋한 감정 또한 있으니 부모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하지만 수화도, 한글도 못하는 아이로서는 부모와 소통하기가 힘들고 답답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부모와 자식간에는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농인 부부가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서사가 이야기의 한축이라면, 또 다른 축은 아이 엄마인 보현이 그의 엄마(이보희)와 갈등을 풀고 화해하는 이야기다.
=부모와 자식은 성장 과정에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대체로 자식이 갑, 부모가 을이다. 자식이 부모가 되었을 때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흐름을 통해 가족간 갈등과 화해를 보여주고 싶었다.
-2017년 11월 30일 개봉했는데 배급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공급이 많아 배급 경쟁이 매우 치열한 불균형적인 시장이 되어 스크린 잡는 게 쉽지 않았다. 독립영화지만 나름 따뜻하고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계속 만들고 싶다. 히든 픽처스 같은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이 좋은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KBS 촬영감독, MBC PD 출신이라는 이력이 독특하다.
=군 복무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제대한 뒤 충무로에서 연출부 생활을 했다. 연출을 제대로 하려면 촬영을 배워야겠다 싶어 KBS에 촬영감독으로 지원해 입사했다. 그곳에서 <TV 문학관>을 포함한 여러 드라마를 촬영했다. 촬영감독으로 활동하다가 연출이 하고 싶어 MBC 프로덕션에 드라마 PD로 재입사해 베스트극장, 특집극 같은 단막극을 연출했다. 1997년 MBC의 첫 영화 <꽃을 든 남자>에서 책임 프로듀서를 맡아 진행했다. 쉰살이 되기 전에 영화를 만들고 싶어 방송사를 나왔다.
-명함을 보니 본명이 최낙권인데 위안이라는 이름은 예명인가, 무슨 뜻인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다. 유아독존으로 살면서 스스로를 위안하자는 뜻으로 지은 예명이다. 영화계에 동명이인이 있어 구분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 (웃음)
-차기작은 뭔가.
=여러 개를 준비 중인데 그중 하나가 치매를 다룬 이야기다. 아직 자세하게 얘기할 수 없지만, 기존 영화나 방송이 치매를 바라보는 시선과 다르게 접근하는 이야기다.
● Review_ 보현(김은주)과 성락(서성광)은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농인 부부다. 두 사람이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은 수화다. 서로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는 둘 사이에서 아들(이로운)이 태어나지만 이들은 이내 고민에 빠진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둘은 육아에 전념할 형편이 되지 않아, 아이를 시골에 사는 성락의 어머니에게 맡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자 보현과 성락은 아이를 데리러 시골에 간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을 데리러 온 엄마, 아빠를 따라가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부모의 장애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을 부끄러워할 뿐이다. 자신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상처를 받은 보현은 아이를 어르고 달래지만 그의 마음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성락은 그런 보현을 위로한다. 한편, 성락은 보현의 어머니(이보희)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을 받고 찾아간다. 보현은 성락이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는 자신의 어머니를 만난 사실을 알고 화를 낸다.
● 추천평_ 김성훈 아이의 감정에 좀더 귀 기울여야 ★★☆ / 송경원 기교보단 필요에 호소한다 ★★☆